남산편지 한낮의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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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6-23 00:00
그 친구의 기도가응답되어
 글쓴이 : 최기영
조회 : 4,432  
그 친구의 기도가응답되어


저는 98년 군대에 입대했습니다. 미군부대 카투사로 근무하던 중 저는 카투사 교육대
에서 같이 고생하던 동기와 한 방을 쓰게 되었습니다. 미군부대 카투사들은 한국군과
같이 내무실을 쓰지 않고 부대 안 막사에 한 방에서 두 명 내지 세 명이 지내게 됩니
다. 저는 두명이 사는 방에 배치되었고 동기이자 친구인 카투사 한 명과 같이 방을 쓰
게 되었습니다. 군생활이란것이 아무리 편하다 해도 이병 일병 때는 힘들게 마련인데
같은 방 동기인 그 친구는 힘든 생활 가운데도 항상 밝은 사고방식과 웃음을 잃지 않
으려 노력하는 친구였습니다.

저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생활이 힘들면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또는 여러 가지
유흥문화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는데 이 친구는 그냥 힘든 상황에서도 힘든 내색 하지
않고 잘 견뎠습니다. 술 담배도 할 줄 몰랐고 착하기만 했습니다. 제가 볼 때는 참 답
답한 친구구나 너무 꽉 막혔어, 외골수야 이렇게만 생각했는데. 같이 생활을 하게 되
면서 점점 이 친구의 성실함과 착함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저희는 생활이 매일 아침 6시에 PT 체조를 하러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월요일 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합니다. 그리고 주말은 토일근무가 없습니
다. 거의 회사 생활 처럼 편합니다. 군생활이라고 보기는 아침에 PT한다는 것, 근무
할 때 군복을 입는다는 것, 가끔 사격을 한다는 것 등 입니다. 저는 계급이 올라가면
서 아침 6시에 겨우 겨우 일어나는데 이 친구는 5시 반이면 불을 켭니다. 그리고는 침
대에 꿇어 엎드려 있는 겁니다. 처음에는 뭐하는 건지 몰랐습니다. '아 저놈이 잠이
오니깐 엎드려서 잠을 깨우나 보다 일어나긴 일어나야 하지만 피곤해서 저러나 보다
했습니다' 제가 간혹 일찍 눈이 떠질 때면 항상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동기가 같이 보낸 시간이 거의 1년하고도 5개월 쯤이나 지났습니다. 그런
데 매주 일요일에는 10시쯤 나가서 12시나 1시쯤 들어오는데 계속 매주마다 그러는 겁
니다. 그래서 한 참 지난 후에 일요일에는 어딜 그렇게 갔다 오냐고 했더니 교회를 다
녀온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피곤한데 잠 좀 푹 자지 왜 그러냐고.. 저는 그
냥 말했는데 그 친구는 꼭 가야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지냈습니다. 군
생활 2년 동안 저는 어떻게 하면 일 좀 덜하고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할까 하면서 요
리 빠지고 조리 빠지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솔선 수범해서 더 열심
히 군 생활도 하려고 노력하고 저와는 반대였습니다. 제가 제대할 때가 다되어갈 무
렵 집에서는 교회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두분 모두 교회를 다니시게 되
었다고 저보고도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저는 교회 안 갈거니까 부모님이나 다니시라
고 했습니다.

별 이유 없이 싫었습니다. 그렇게 버티다가 저도 제대를 하고 나서는 교회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제대를 하자마자 저는 하나님을 알게 되는 체험을 하게 되었고 그길로 교
회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몇 달이 흐르고 그 친구와 우연히 연락이 되었습니다. 제가
교회 나가게 되었다고 말하자 그 친구는 하나님께서 자기 기도를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고... 새벽 6시 PT 하기 전 일어나서 제가 교회 나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많이 기도했
다고 했습니다. 그 순간 예전에 엎드려서 잠을 깨우나 보다 했던 그 자세가 바로 꿇
어 엎드려 기도하는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의 삶의 작은 태도 하나 하나가 내 마음에 문을 조금씩 열었고 그 친구의 기
도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발걸음을 한걸음 한걸음씩 하나님께로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었구나 생각했습니다. 그 친구의 작은 기도, 소리내지 않고 마음 속
으로 했지만 나를 위해 마음을 쏟았던 그 작은 기도가 이 세상의 모든 친절 중 가장
귀한 친절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교수님께서 신경 쓰시는 한낮의 묵상도 분명 하나님의 계획 속에 큰 열매와 큰 기쁨으
로 돌아오게 될 줄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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