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편지 한낮의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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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6-23 00:00
내 자차 사고를 일으켰는데
 글쓴이 : 김난현
조회 : 4,589  

지금으로 부터 1년 6개월여 전.. 내가 대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추운 겨울날 당시 난 사귀던 여자친구를 여자친구 과외하는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서 차를 몰고 앞산 순환도로를 지나가고 있었다.

  운전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여자친구와 나누고 있다가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에 그만 급정거한 앞의 트럭에 추돌하게 되었다.

  순간 앞이 캄캄했고.. 무엇보다 뒤에서 추돌한 나의 과실이 분명하기 때문에 일단
내려서 차를 한적한 곳에 뺀 후 트럭 기사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상황을 보니, 트럭은 멀쩡한데 내 차는 본네트가 많이 손상되어서 말이 아니었다.

  다행히 트럭기사 분이 "내 트럭 멀쩡하니깐 되었다. 그냥 가라."라고 해서 일단은
큰 위기는 넘겼지만.. 망가진 내 차를 보니 앞이 막막했다. 어렵게 어렵게 돈을 모
아서 마련한 자가용이기에 더 그랬는 지도 모르겠다.

  설상가상으로 폭우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본네트가 심하게 구부러진 차를 계속
몰고 여자친구가 과외하는 곳까지 가는 것도 어려울 듯 하여 일단 여자친구를 택시
태워서 먼저 보냈다.

  세찬 빗줄기가 끝없이 내리고 추운 겨울 날씨는 정말 나를 더 참담하게 하였다.

  급한 김에 웃옷을 벗어서 본네트의 구부러져서 빗물이 들어가는 곳을 막은 다음에
이리저리 둘러보다보니 마침 여자친구가 사는 아파트 단지가 멀리 보였다.

  일단 비를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차를 조심조심 몰아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
들어갔다.


  지하주차장에 들어서니 경비원 할아버지가 나와서는 나의 자초지종을 듣고서는
자신이 잘 아는 정비소 사장이 있다면서 일단 추울테니 몸 좀 녹이라고 하시면서
안심을 시켜주셨다.

  한참 후 그 아파트에 사시는 어느 정비소 사장이신 분이 오시더니만 너무 걱정
말라며 일단 망가진 나의 차는 사장님께서 내일 정비소로 가져가서 고쳐놓을테니
오늘은 일단 자신의 차로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신다고 하셨다.

  당시 차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처음 당해본 차 사고여서 정말 불안하고 걱정이
앞서는 나에게 그 정비소 사장님과 경비원 할아버지는 마음을 진정시켜 주셨으며
친절하게 그 정비소 사장님은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시고 나의 망가진 차를 다음날
자신의 정비소에서 말끔히 수리한 후에 그 모습을 보여주셨다.

  물론 소정의 수리비는 지불하였지만 최대한 내가 수리비를 적게 부담할 수 있도록
고쳐서 쓸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고치는 것으로 .. 견적을 내어서 생각보다 훨씬
싸게 차를 고치게 되었다. 마침 여자친구와 같은 동에 사시는 분이어서 내 여자친구
의 이름을 듣더니 더 반가워하시면서 앞으로도 자주 들르라고 하셨다.


  세찬 비가 내리는 추운 겨울날, 차가 망가져 꼼짝달싹못하고 있는 나에게 급히
일터에서 돌아오셔서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시고 차도 아주 저렴하게 고쳐주신 그
정비소 사장님과 그 경비원 할아버지의 모습이 1년 6개월여나 지난 지금도 난
가끔씩 떠오른다. 그분들에게는 작은 친절이었지만 나에게는 정말 큰 기쁨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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