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편지 한낮의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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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6-23 00:00
진정 도움을 바라던 그 사람
 글쓴이 : 별나니
조회 : 4,053  

진정 도움을 바라던 그 사람

내가 휴학을 하고 서울에 있을 때의 일이다. 출근길 지하철에 올랐을 때 그 날 따라 사람들은 그
리도 많은지 손잡이를 잡고 서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혼잡함에 익숙하
게 되자 드디어 환승역에 다달았고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운  좋게 나는 자
리에 않을 수 있었고 의자에 앉자마자 졸음 때문에 고개는 자꾸 바닥을 향했다. 얼마후면 내려
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생리적 현상으로 입가에 물기(?)를 묻히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졸
음을 참을까도 했지만 어느새 나는 모든 의지를 져버리고 있었다. 자리에 꾸벅꾸벅 조는 채로
세 정거장 정도가 지났을까 ? 어찌나 큰 목소리였던지 내 잠을 단숨에 빼앗아간 아저씨의 외침.

" 여러분, 잠깐만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
 
세수를 며칠동안 못했는지 단정치 못한 외양의 어느 아저씨가 통로 중앙에 서서 외치고 있는 것
이었다. 그 때문에 나같이 잠에서 깨어나 짜증난 얼굴, 호기심에 가득찬 얼굴 등 각색의 시선이
모아졌다. 아저씨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제겐 네 살 짜리 딸아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습니다. 언
제 죽을지 모를 불치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 남자가 거기까지 말하자 승객들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로군, 얼마나 돈이 아쉬웠으면 딸까지 팔며 저럴까?'

하는 표정이었다.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겠다 생각한 나는 고
개를 숙여 다시 잠을 청했고 대부분의 승객들도 무관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저는 이전에 어느 책에선가 많은 사람이 함께 기도해주면 어려운 일도 이루어진 다는 구절을 읽
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딸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고 다니는 중입니다. 지하철에 타 계
신 여러분들도 부디 제 딸이 살아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딸의 이름은 송희 입니다."

그러더니 그는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뒤 다음 칸으로 건너가는 게 아닌가. 그때 나는 보
았다.
하나 둘 조용히 눈을 감는 승객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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