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편지 한낮의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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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6-23 00:00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주신 분
 글쓴이 : 김원주
조회 : 4,214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주신 분

나에게는 팔순을 바라보시는 할아버지가 계시다. 너무나도 정정하셔서 여전히 농사를 지으시고
서울까지 먼길도 손수 운전하셔서 다녀오신다.
  하지만 그런 할아버지를 신뢰한 나머지 마음 고생했던 일이 있다. 그 때 그 낯선 분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더 마음 아팠을 일이 될뻔했다.
  시골에서 할아버지께서 올라오기로 하셨다. 마중을 나간다고 했는데도 극구 싫다고 하셨다. 찾
아갈 수 있으시다고 귀찮게 나오지 말라는 것이다.
  평소 할아버지의 정정함을 알고 있던 나는 맘 편하게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버스 도
착시간이 훨씬 지나도 연락도 없으시는 할아버지... 집에 혼자뿐이라 나가 보지도 못하고 걱정
에 휩싸여 있었다. 마중나갈걸 후회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때 전화벨 소리가 울려서 보니 낯선 폰번호가 찍혀있었다. 걱정스런 마음에 받아보니 남자분
이 할아버지성함을 대면서 손녀집 맞냐고 하는 것이었다. 맞다고 하니 할아버지를 바꿔주셨다.
할아버지께서 전에 살던 집은 찾겠는데 새로 이사한 집은 못 찾겠다고 그래서 전화박스를 찾으
니 찾을 수가 없어서 헤메고 다니셨다고 하셨다. 급히 전화를 끊고 할아버지를 찾아서 집에 함
께 왔다. 마중나갔어야 했는데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어떤 분이셨냐고 물었다. 할아버지가 전화
기를 찾으러 다니시면서 두리번거리시니까 지나가던 부부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할아
버지께서 사정을 말하니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주더라는 것이다.
  추운데 밖에서 전화박스를 찾느라 다니신 할아버지께 너무 죄송하고 그런 할아버지께 친절을
베풀어주신 얼굴도 모르는 부부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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